취업준비생이 보는 래퍼준비생의 이야기: 리듬 & 플로우
미국판 쇼미더머니 '리듬 & 플로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리듬 & 플로우'는 미국의 힙합 프로그램입니다. 챈스 더 래퍼, 티아이, 카디 비가 심사를 맡았으며 미국 각지에서 래퍼 지망생들을 발굴하여 서바이벌을 통해 랩스타를 만드는 것입니다. 진행방식이 '쇼미더머니'와 유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힙합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이며 매년 '쇼미더머니'를 즐기기에 미국 힙합을 잘 모름에도 우선 무작정 프로그램을 틀었고, 현재 4화까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리듬 & 플로우'를 봐야 하는 세 가지 이유
프로그램은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 래퍼들의 랩 감상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또 다른 삶입니다. 낮 3시에도 갱단이 돌아다녀 근처 가게에 가는 것조차 두렵다는 어린 딸의 아버지, 총격적으로 감옥에 간 동생을 떠올리는 누나 등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LA, 뉴욕, 애들랜타, 시카고까지 각 도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이라고는 괌, 하와이밖에 가보지 못한 저에게 미국 본토 도시들의 이국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얘기할 뼈를 때리는 심사위원과 각양각색의 래퍼 지망생입니다.
래퍼 지망생들의 이야기
래퍼를 꿈꾸는 도전자들의 말과 처한 상황, 심사위원들의 질문 및 평가 등을 보며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여기에 나오는 래퍼 지망생들이 지금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감정이입이 됐고, 이 과정에서 선택을 받은 자와 그러지 못한 자를 보며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실력과 매력, 준비
리듬&플로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심사위원들의 뼈를 때리는 심사평입니다. 여기에서 반복하는 말이 있습니다. 랩 실력은 당연하고 거기에 매력이 더해진 더 보고 싶은 사람, 집에 가서도 생각나는 사람, 그리고 결국 우리같이 될 사람을 찾는다고. 그리고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누가 가장 준비가 됐는지 볼 것이라고. 비단 출연자들 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말이었습니다.
간절함, 자신감, 그리고...
또한, 프로그램에는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무섭고 폭력적인 가사의 랩을 내뱉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선택을 받은 후에 펑펑 우는 모습인데요. 이를 보며 그들이 얼마나 간절했고,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껴졌습니다.
간절함, 자신감은 다른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심사위원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더욱 그랬는데, 답변에 주저함이 없고 그 속에서 자신감, 더 나아가 각자의 확고한 가치관도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심사위원들의 선택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취업준비 기간이 너무나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의미 있는 기간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이렇게나 제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한 시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리듬&플로우를 보니 더욱 출연자들에게 이입이 되는 동시에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래퍼지망생에서 '지망생'을 떼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처럼 저 또한 '준비생'을 떼어내기 위해 이제 깨달음을 실천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