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싸이와 흠뻑쇼

고고도 2019. 7. 14. 22:56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19' 포스터

2019년 7월 13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19 수원’이 진행됐다.

싸이 콘서트의 첫 경험자로서 소문 그 이상의 콘서트 맛집이었다. 그런데, 보는 도중 지금 즐기고 있는 이 콘서트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들 들었다. 그래서 흠뻑쇼를 보며 느낀 생각, 감정들을 적어보려 한다.

 

신나는 음악과 물의 만남은 언제나 옳다.

‘흠뻑쇼’는 2011년부터 진행된 나름의 역사(?)를 가진 싸이의 브랜드 콘서트이다. 말 그대로 공연 내내 흠뻑 젖는다. 곡의 클라이맥스와 함께 관객들은 열광하고 그 분위기와 함께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진다. 계속 쏟아진다. 관객들은 더욱 열광한다. 그 옛날 싸이월드 속 명언 ‘음악은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다’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이 네 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동안 수십 번 반복된다.

 

흠뻑 젖어 봅시다...!!

 

연예인이자 가수 싸이

흠뻑쇼를 포함한 싸이의 여러 콘서트들은 예매 당일 네이버의 실검에 오를 만큼 엄청난 티켓파워를 가진다. 이러한 인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선두주자는 당연히 싸이라는 연예인, 그 자체의 힘일 것이다. 우리가 나이키라는 이유로 신발을 구매하고, 백종원이라는 이유로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수많은 콘서트 중 싸이라는 이유로 그의 콘서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2019년 7월 14일 현재, 약 22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백종원의 요리비책

나이키, 백종원에 대한 얘기를 더 하자면, 둘 모두 각자의 영역을 대표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제공하고 있는, 그것이 제품이든 서비스든 그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려 한다. 나이키의 러닝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디자인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러너를 위한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이고, 백종원의 인기는 그가 제공하는 레시피(비록 비판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지만)가 우리의 미각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이 둘의 공통점을 또 하나 꼽자면, 일관된 이미지 속에서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키는 스포츠 카테고리를 축으로 다양한 제품 군을, 백종원은 음식을 축으로 다양한 요리, 레시피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싸이도 이와 유사하다. 가수 및 연예인의 본래 목적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 한다면흠뻑쇼에서 본 싸이는 이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파격적인 데뷔 초의 모습부터 강남스타일을 거쳐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때, 그는 자신만의 싸이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두 번의 입대, 최근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의혹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그리고 싸이다움을 축으로 그의 곡 ‘연예인’의 가사처럼,

분위기 띄울땐 댄스, 무드 잡을 땐 발라드, 리듬 타고플 땐 힙합 힙힙힙합, 하늘 높이 뛰고플 땐 락앤롤

까지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이느 기쁜(?)표정을 짓고 있는 싸이

타고난 끼가 있고 시대를 잘 타고났기 때문에 지금의 싸이가 있는 것일까?  물론 그 요인들도 있겠지만 분명 그 뿐만은 아닐 것이다. 공연 중에 했던 멘트 중 인상깊었던 것이 있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창력도 그저 그렇고 비주얼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저에게 넌 정말 운이 좋다고 말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열심히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도중에 저에게 온 기회를 포착했어요. 그것이 저는 운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아는 연예인 싸이의 뒤에는 엄청난 노력의 뒷받침이 있었던 것이다.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19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19의 드레스 코드는 '블루'이다. 생각 이상으로 젖기 때문에 공연장 내에서 우비와 비닐백도 무료로 나눠준다. 수원 공연의 후기로는 곧 발매할 앨범의 신곡들을 최초로 공개하였고, 수원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이 처음이었고, 공연은 네 시간이 넘게 진행됐으며 그중 앵콜 곡은 거의 스무 곡이었고, 게스트로는 타이거 jk와 김범수가 왔고, 관객들은 계속 (집에)"안 갈래"를 외친 것이 생각난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나를 포함한 그 많은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그의 공연을 보며 나의 생각을 적고 싶었다. ‘너무 즐거웠다’로 끝내기에는 아쉬워서 주절주절 글을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