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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만에 다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저에게 꽤나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책입니다. 책을 읽었던 그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시기는 5년 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군인에게 주어진 부자유 속의 자유 ‘주말 개인정비 시간', 평소라면 싸지방을 가고 쇼미더머니를 볼 생각에 들떠있을 토요일 오전에 평소와는 달리 이 책을 집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덮을 때까지 제가 있었던 곳은 연천군의 한 부대가 아니라 '하루키 월드'였습니다. 그만큼 저는 주말 내내 다자키 쓰크루의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 취업 준비 중 약간의 여유가 생겨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5년 만에 다시 이 책을 펼쳤습니다.
# 색채, 다자키 쓰크루, 순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처음 제목을 보면 무슨 내용인지 쉽게 감이 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나 직관적으로 지은 제목이 있나 싶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책 제목의 의미를 써보려고 합니다.
색채
‘다자키 쓰크루’를 일본어로 쓰면 '多崎つくる'입니다. 그 안에는 파란색(青), 검정색(白) 등 '색'과 관련된 한자가 없습니다. 이는 책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다자키 쓰크루
다자키 쓰쿠루의 호적상 이름은 '多崎作'로 쓰여있는데요, 여기서 '作'은 '만들다', '제조하다'를 뜻합니다. 실제로 다자키 쓰쿠루는 철도역을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례, Pilgrimage, 巡礼
'순례'라는 단어는 대부분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가끔 비유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Collins' 사전에 나온 두 번째 의미가 책의 내용과 가장 들어맞는다 생각합니다.
# 다자키 쓰크루의 순례길
다자키 쓰크루는 한 해에 걸쳐 순례를 떠납니다. 순례를 떠나기로 결심하기까지 자그마치 16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변화하는 다자키 쓰크루의 모습을 보는 것은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이 책은 다른 하루키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의문점을 제시합니다. 하나의 의문이 해소되면 또 다른 의문이 나타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상위권 대학의 관련학과를 나와 그 일을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는, 거기에 아버지의 엄청난 자산도 물려받은' 다자키 쓰크루는 대체 무엇 때문에 마음의 병을 품으며 인생을 살아왔을까요? 다시 한번 제가 왜 주말 내내 이 책에 빠져들었는지 책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제가 본 하루키의 소설은 또 하나 특징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는 궁금한 게 넘쳐나는데 페이지가 이것밖에 안 남았다고?', '이 정도 설명해줬으니 더 세세한 건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와 같은 생각이 들게끔 하는 전개인데요. 이 점도 하루키 소설을 읽는 커다란 재미입니다.
# 하루키의 캐비닛
달리기, 재즈, 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캐비닛에는 수많은 서랍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언제, 무엇을 열어 적재적소에 사용할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책에 등장한 서랍 속의 내용물은 프란츠 리스트의 <Le Mal du Pays>입니다. 곡에 대한 설명이 책 속 대화에 자세하게 나와 인용합니다.
"프란츠 리스트의 <르말 뒤 페이> 예요.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의 제1년, 스위스에 들어 있죠."
"르 말 뒤......?"
"Le Mal du Pays. 프랑스어예요. 일반적으로는 향수나 멜랑콜리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전원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정확히 번역하기가 어려운 말이에요."
이 외에도 엘비스 프레슬리의 <비바 라스베이거스(Viva LasVegas)>등 여러 서랍 속 내용물이 책 속 곳곳에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욱 키워줍니다.
# 선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인터뷰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능한 한 '선한 이야기를 쓰자'는 의지를 지켜나가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런 마음이 아마 독자한테 전해질 거라고 긍정적으로 믿습니다. 사실 그것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기분이 들고요
책에는 어두운 상황도, 답답한 상황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책을 읽으며 선한 가치를 전달받았다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오랜만에 하나에 푹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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